붕대 감기 윤이형 pdf 다운로드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우정이라는 관계 안에서 휘몰아치는 복잡하고 내밀한 감정들을 첨예한 문제 의식과 섬세한 문체로 묘파 하며 저자가 현재 몰두하는 여성 서사라는 화두를 가장 적실하게 그려 보인 작품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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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붕대 감기』는 친구에게 거는 기대와 허상, 그 허상이 깨졌을 때의 실망과 환멸, 그리고 이를 다시 회복해가려는 마음과 미묘한 갈등을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핍진한 현실 위에서 펼쳐 보인다. 그것은 “가정과 직장이라는 제한된 공간 밖에서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새로운 친밀 감의 영역”이자 “순수하게 관계 내적인 속성에 따라 형성되고 지속되는”(심진경, 「작품 해설」) 관계다. 동료이거나 동지이거나 친구인, 이해관계 너머에 있는 ‘순수한’ 관계들의 유형은 진경과 세연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다른 인물들의 사연을 통해 제시된다. 세연이 ‘여성들의 우정’이라는 출간물을 기획하며 취재를 요청한 대학 교수 경혜는 제자에게 ‘페미 니스트 투사’라는 영광을 얻으려는 ‘꼰대’로 비춰진다. 채이는 경혜에게 친구가 되자고 먼저 손을 내민 당찬 학생이었지만, A교수의 추행 사실을 고발하는 대자보를 쓴 뒤 보복을 당할까 두려움에 떤다. 그리고 그런 채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친구 형은, 형은의 엄마인 명옥, 그녀의 동반자인 효령까지 많은 인물들의 사연은 서로 기대고, 간극을 벌렸다가, 다시금 교차하면서 태피스트리처럼 아름답고 정교하게 직조되어 간다. 여성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들, 즉 가부장제, 피해자와 가해자, 미러링, 탈코르셋 등 페미니즘 이슈는 물론, 우리 사회를 둘러싼 온갖 억압과 폭력의 문제들은 자연스레 수면 위로 떠오른다. 나이 많은, 나이 어린, 대학교수인, 고등학생인, 워킹 맘인 그들이 던지는 질문들은, 우리는 우리의 친구들과 “어떤 연유로 서로 멀어지고 또 그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혹은 극복이 안 되었는지”, 그리고 관계의 속성과 본질이란 과연 무엇 인지를 반추하게 만든다. 소설에 따르면 이들은 저마다 삶의 무게와 피로를 지니고 있지만 그럼에도 “같은 버스”를 탄 사람들이다. 운전자는 수시로 바뀌지만 버스에 탄 일원들은 버스가 잘 운행되도록 독려와 관심을 놓지 않아야 한다. 그들은 서로 끊임없이 비교하며 스스로를 갉아먹는 경쟁자이자 적이 아니다. “돌려받지 못할 것을 걱정하지도 않고” 열심히 책을 소개하고 빌려주면서 함께 읽거나, “오직 서로에게만 지어 보일 수 있던” 미소를 지닌 존재, 즉 친구인 것이다. 우정의 전제 조건은 같아지는 게 아니라 상처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작가는 “여성들이 같이 억압받고 있는데도 동지로 보기보다는 서로의 고통과 억압을 비교”하는데 우리가 “서로 미워할 필요가 없고 힘을 합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2019.01.22. 《경향 신문》 인터뷰) 소설 속에도 등장하는 ‘친구’ 라는 이름의 전통 춤처럼, 때론 앞 사람의 등만 보는 춤을 주게 될지라도, 그가 준비가 될 때까지 단절의 휴지를 감내하고 기다려주는 것. 그런 의미에서 “연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라는 진단은(심진경, 「작품 해설」) 의미심장하다. 이야기의 릴레이는 소설이 끝나고 난 뒤에도 독자의 마음 깊숙한 곳에 환한 빛을 비추며 다시금 말을 걸어올 것이다.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존재가 어딘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그것 만으로도 삶은 앞으로 나아가볼 만한 것이라고 작가가 힘주어 이야기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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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감기 7
‘진짜 페미니즘’을 넘어서 | 심진경 171
작가의 말 197